목요일, 5월 04, 2006

내가 글씨를 못 쓰는 이유

나의 그녀 친구의 싸이홈피에 들어갔더니 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 주소가 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가 봤다.

거기에 친구 생각을 적은 글들이 보였는데(쉽게 사랑을 말하고 쉽게 좋아하게 되는 사랑은 아닌 것 같다는..대충 이런 것 같았는데…) 거기에 내가 어릴적 내가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.

나는 글씨를 못쓴다. 자칭 추악체라는 글씨체를 구사하며 매우 느린 속도로 글씨를 쓴다.

언젠가 나의 그녀에게 편지를 12 써서 출근시간에 끝낸 적도 있다.(장수는 많지 않았다.)

나도 글씨를 못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.

나는 유치원, 초등학교 때 글씨를 열심히 쓰지 않았다.

그때 나는 어떤 일이든 내가 그것에 심혈을 기울이거나 많이 사용하면 그것이 닳는다고 생각했다.

어릴 적 언젠가 어머니께서 '너 왜 글씨를 이렇게 못 쓰니?'하고 나에게 물어보셨을 때 나는 글씨에 심혈을 기울여 쓰며(난 그때 정말 잘 썼다고 생각했다. 어머니도 나의 장단을 맞춰주셨는지는 모르지만 잘 썼다고 하였고..^^;) '나도 이렇게 잘 쓸 수 있어요. 하지만 이렇게 잘 쓰면 잘 쓰는 이 글씨도 나중에 다 써버려서 사용할 수 없을 거예요.' 라고 말하곤 다시 성의 없는 글씨를 사용했다.

그때 어머니는 어이없다는 듯이(지금 생각해보면..) 웃으시며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.

그래서 나는 지금의 추악체를 사용하게 되었고 매우 후회하여 나만의 글자를 만들려고 하기까지 했다. 남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면 남들이 안 하는걸, 모르는걸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.

요즘 들어 사랑이 이런 것 같다.

전엔 빨리 끓는 냄비가 빨리 식는다는 말을 떠올리고는 많이 사랑하는 게 금방 싫증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.

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.

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한다고 말한다면. 그 사랑이 갈고 닦아지며 더 사랑하고 행복해져 또 다른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.

사랑을 한다면 사랑을, 사랑한단 말을 아끼는게 아니고 더욱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.

어쩌면 정말 사랑이 닳지도 모른다.

하지만 그 사랑은 닳는 게 아니라 불사조처럼 한 겁을 살고 불타 재로 변하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. 그리고 정말 그런다고 생각한다.

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처음에 사랑했던 감정의 사랑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들로 다시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. 내가 생각하기에 사귄지 이제 4년이 되어가는데 적어도 6번은 그녀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 같다.

그리고 얼마 전 다시 새로운 감정으로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.

사랑은 하면. 많이 사랑을 할수록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. 이것이 나에 대한 스스로의 최면 일 수도 있다.

하지만 내가 최면이라고 느끼기 전까지 그것은 나에게 사랑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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